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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 아픔에 대한 사적인 표상

김영태

김진희 개인전 이름 없는 여성, SHE 리뷰 


2014.12.12~2015.1.21.
송은 아트큐브


아픔에 대한 사적인 표상



말을 했지만, Embroidery on Digital Pigment Print, 1
22 x 96cm, 2014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여러 번 심리적인 상처를 받게 된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사춘기를 비롯한 성장기 때는 지극히 사소한 외부적인 요인과 주변 환경 때문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또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는 여성에 대한 차별 때문에 세대를 초월하여 심각한 상처가 발생한다. 하지만 여성만 심리적인 상처 혹은 트라우마 trauma 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편견이나 차별 때문에 남성도 유사한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있다.
성, 계층, 계급, 이데올로기, 민족, 인종, 종교, 장애 등 여러 사회적인 제도, 문화적인 환경 때문에 인간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 그로인한 상처 때문에 많은 이들이 위축된 상태로 평생을 살아간다.

 사회적인 편견이나 차별 때문에 발생하는 상처는 남녀를 떠나서 누구나 갖고 있다. 특히 여성은 인류역사상 언제나 비주류였고,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는 타자로 존재하였기 때문에 심리적인 상처를 갖고서 평생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한 사회적인 현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시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세대와 나이를 초월하여 여성이라는 생물학적인 이유 때문에 차별을 받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특히 동시대 사회에서는 근대이전처럼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사회적인 차별은 많이 해소되었지만, 여전히 세상은 남성 중심적이고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사회문화적인 편견과 제도적인 폭력에 시달리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제 막 30세를 지나고 있는 김진희는 첫 번째 전시부터 여성의 성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사실 한국사진에서 이전 세대의 여성작가들은 직접적으로 여성의 성에 대해서 이야기한 작가가 최소한 사진을 표현매체로 다룬 작가 중 에선 없었던 것 같다. 그것도 20대 여성작가가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재현한 경우는 전무하다. 작가는 절제되면서도 사실주의적인 방식으로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에 있는 여성들의 사적이고 내밀한 생활을 예술의 장場안으로 끌어 들였다. 이번에 발표한 ‘이름 없는 여성, SHE’ 시리즈에서는 전작과 같이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20대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번엔 여성들의 초상을 전통적인 인물사진 기법으로 재현했다. 사진 속 모델들은 각기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고, 포즈도 다채롭다, 작가의 표현의도가 개입되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모델들의 표정 및 포즈가 개성적이고 모델들의 개별성과 심리적인 요소가 느껴진다. 그런데 작가는 사진을 인화한 이후에 섬세하게 인화지에 바느질을 했다. 그 의도는 과거에 모델들이 경험한 상처, 아픔, 수치스러운 감정을 덮어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에이프릴-003, Embroidery on Digital Pigment Print,  120 x 153cm, 2014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제작한 인물사진과 함께 동일한 공간에 풍경사진도 전시했다. 풍경사진은 시각적으로 장소에 대한 정보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풍경사진의 표제는 ‘에이프릴 Apri’l 이다. 앞으로 오랫동안 한국사회에서는 2014년 4월16일은 사회적인 상처로 기억 될 것이다. 작가는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진도 팽목항 앞바다를 비롯한 진도의 평범한 풍경을 찍었다. 그리고 인화물의 특정한 부분에 노란색, 붉은색, 푸른색실로서 바느질을 했다. 그 자체가 어처구니없이 죽어간 어린 영혼들을 비롯한 희생자들을 위한 진혼행위의 결과물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상처, 아픔, 트라우마 등과 같은 단어가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두 시리즈를 동일한 공간에 전시했는데, 전시 작품의 사이즈도 다양하고 전시방식이 감각적이다. 하지만 전시 작품을 한 장 한 장 자세히 들여다보고 전시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느껴보면 시각적인 자극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내면적인 진지함이 느껴진다. 또한 이미 미술사에 등재되어 있는 페미니즘 작가들의 표현방식처럼 과격하거나 내용적으로 거대한 서사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관심사를 매우 진중하고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과거에 여성주의자들이 재현한 이미지들과 소재나 주제가 살짝 겹쳐지는 부분도 있지만, 작가의 미학적인 태도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우리는 관습적으로 혹은 습관적으로 동시대 특정한 작가의 작품을 분석하거나 읽을 때 미술사나 사진사에서 언급하는 유사한 작가의 작품을 잣대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작가의 작품도 단순하게 미술사적인 맥락에서 읽으면 동시대 작가로서의 개별성, 특수성, 문화적인 경험의 변별점 등을 간과 하게 된다. 그러므로 작가의 작품이 어느 지점에서 출발했는지 파악하는 과정부터 선행되어야 심각한 오류를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을 100% 독창적이라고 말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작가의 의식과 무관하게 이전 작가들의 미학적인 태도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까지 절대적으로 부정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업과정, 작품의 표면, 전시방식 등이 효과적으로 어우러져서 작가로서의 진정성과 성실함이 느껴지므로 관객들의 감성과 이성을 설득하는 기氣가 발생하는 결과를 수확했다.
작품의 완성도를 확보했고 성공적인 전시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또 다른 층위에서 동시대를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전시이다.

월간 사진예술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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